염라대왕의 눈물을 본 마지막 인간, 인간의 선함에 감동한 염라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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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조선 숙종 시대, 장터에서 물건을 파는 평범한 상인 김만석은 우연히 저승사자의 실수로 염라대왕의 법정에 서게 됩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그가 보여준 놀라운 선행의 기록과 흔들리는 염라대왕의 마음. 인간의 선함 앞에 저승의 법칙마저 무너질 때, 염라대왕은 인간에게 처음으로 눈물을 보입니다. 천년 동안 전해 내려온 저승의 전설이 지금 시작됩니다.
후킹멘트
"인간의 선함이 저승의 법칙을 뒤흔든 순간, 천년의 세월 동안 누구도 보지 못했던 염라대왕의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죽음의 심판자 염라대왕은 수많은 영혼을 심판해왔지만, 그 누구에게도 감정을 보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상인 김만석의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그가 생전에 베푼 선행과 자신도 모르게 쌓아올린 덕행이 밝혀질 때, 저승 법정은 처음으로 침묵에 빠졌습니다. 선과 악,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진 이 놀라운 이야기는 조선 시대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본성이 저승마저 감동시킨 전설을, 오늘 밤 여러분의 마음속에 그려봅니다.
※ 장터의 평범한 상인, 김만석의 일상과 뜻밖의 죽음
한양 장터, 여름의 한낮. 뜨거운 햇살이 시장 위로 쏟아지고,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흥정 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김만석은 보름 전에 시골에서 가져온 곡식들을 팔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햇볕에 그을려 검붉게 변해 있었지만, 웃음기 가득한 눈매는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했다.
"아주머니, 이 쌀 한 번 보세요. 올해 햇쌀입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지 않습니까?"
김만석은 손님이 가져온 그릇에 쌀을 가득 담아주었다. 분명 한 되 값을 받았지만, 그의 손은 항상 후했다. 한 되 반은 됨직한 양이었다.
"만석이, 또 손해 장사하는 거여? 그러다 망하겠네."
옆에서 채소를
팔던 상인이 놀리듯 말했다. 만석은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이 아주머니 집에 어린 손주들이 많다 하시더군요. 제가 조금 더 드려도 배부른 아이들 생각하면 제 마음이 더 흐뭇합니다."
그는 진심이었다. 삼십이 넘은 나이에도 아내도, 자식도 없이 홀로 살았지만, 김만석은 타고난 인정 때문에 장터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그를 좋아했다. 가끔 동전 한 닢 없이 그의 곡식 더미 앞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그는 항상 한 줌의 쌀이나 작은 떡 하나를 건네곤 했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장터에는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 취한 양반 하나가 말을 타고 장터를 휘젓고 있었다. 사람들이 놀라 흩어지고, 상인들은 허둥지둥 물건을 치웠다.
"비키지 못할까! 천한 것들!"
양반의 고함 소리에 사람들은 더욱 당황했다. 그때 김만석의 곡식 더미 앞에 어린 소녀 하나가 서 있었다. 말이 그대로 소녀를 향해 달려갔다. 김만석은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날렸다.
"조심해!"
그는 소녀를 밀쳐내며 그 자리를 대신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말발굽이 김만석의 가슴을 강타했다. 그는 곡식더미 위로 쓰러졌다. 장터는 순간 조용해졌다가, 이내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누가 의원을 불러라! 빨리!"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김만석의 입에서는 이미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소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미소지었다.
"괜찮니... 다치지... 않았니..."
그것이 김만석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주변에서는 누군가의 통곡 소리가 들렸다. 장터에 드리운 저녁 노을빛이 김만석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 순간, 아무도 보지 못하는 검은 그림자가 그의 곁에 다가섰다. 저승사자였다.
"김만석, 너의 수명이 다했다. 나를 따라오너라."
김만석의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왔다. 그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시체와 그 주위에 모인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죽은 건가요?"
"그렇다. 네 목숨은 여기까지다. 이제 염라대왕 전에 가서 심판을 받을 것이다."
김만석은 마지막으로 한 번 장터를 둘러보았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사한 소녀의 모습을 보며 그는 담담히 저승사자를 따라갔다.
※ 저승 법정의 혼돈, 잘못 불려온 영혼과 당혹스러운 저승사자들
저승은 김만석이 상상했던 것과 달랐다. 끝없이 펼쳐진 어둠 속에 거대한 법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높은 단 위에는 염라대왕이 위엄 있게 앉아 있었고, 양옆으로는 여러 저승 관리들이 늘어서 있었다. 법정 아래에는 수많은 영혼들이 줄지어 서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승사자는 김만석을 법정 입구로 데려왔다.
"기다려라. 곧 네 이름이 불릴 것이다."
저승사자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김만석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묘한 평온함을 느꼈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크게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법정 안에서 갑자기 술렁임이 일어났다. 커다란 책을 펼쳐보던 한 관리가 당황한 기색으로 염라대왕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속삭였다. 염라대왕의 표정이 엄숙해졌다.
"김만석! 앞으로 나오너라!"
김만석은 떨리는 다리로 앞으로 나아갔다. 염라대왕의 시선이 그에게 고정되었다.
"네가 김만석이냐?"
"예... 그렇습니다, 대왕님."
염라대왕은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옆의 관리에게 물었다.
"확실한가? 이자가 오늘 데려올 명단에 있었느냐?"
관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니옵니다, 대왕님. 오늘 데려올 사람은 경상도 동래의 김만석이었는데, 저승사자가 한양의 김만석을 잘못 데려온 것 같사옵니다."
법정이 술렁였다. 저승사자들 사이에서도 의아한 표정이 오갔다. 김만석이 데려온 저승사자가 앞으로 불려나왔다.
"어찌 된 일이냐? 명단을 확인하지 않았느냐?"
염라대왕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저승사자는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대왕님. 제가 명단을 확인했는데... '김만석, 삼십삼 세, 곡식 상인'이라 적혀 있었기에..."
"자세히 보지 않았구나! 경상도 동래의 김만석이라 명확히 적혀 있었을 것이다!"
염라대왕의 일갈에 저승사자는 더욱 고개를 숙였다. 김만석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생사부를 관리하는 관리가 다시 앞으로 나섰다.
"대왕님, 이상한 점이 있사옵니다. 이 한양의 김만석은 오늘 죽을 운명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수명은 앞으로 삼십 년이 더 남아있었사옵니다."
법정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염라대왕은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찌 된 일인지 자세히 조사하라. 오늘 장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을 받은 관리가 급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염라대왕은 다시 김만석을 바라보았다.
"네가 오늘 어떻게 죽게 되었는지 말해보라."# 염라대왕의 눈물을 본 마지막 인간, 인간의 선함에 감동한 염라의 전설 (중편)
※ 열리는 생사부, 김만석의 알려지지 않은 선행들이 드러나는 순간
저승 법정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염라대왕 앞에 놓인 거대한 생사부가 천천히 펼쳐졌다.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묘한 빛이 일렁였고, 그 안에는 김만석의 일생이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던 김만석은 자신의 인생이 저렇게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김만석, 한양 출생. 부모는 일찍 여의고 홀로 자랐으며, 열여덟에 장터에서 곡식 장사를 시작했다..."
생사부를 읽는 관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평범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점점 읽어 내려갈수록 관리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묻어났다.
"스물셋, 겨울 한파에 굶주린 이웃 다섯 가구에 쌀을 나누어 주었다. 그들 중 넷은 그 덕에 목숨을 건졌다."
김만석은 눈을 크게 떴다. 그 일은 자신도 거의 잊고 있었다. 단지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스물여섯, 전염병이 돌 때 환자들을 간호하며 물을 떠다 주었다. 자신도 병에 걸릴 위험을 무릅쓰고."
관리의 목소리가 계속되었다. 김만석의 일생에서 그가 베푼 크고 작은 선행들이 하나둘 언급될 때마다, 법정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변해갔다. 저승사자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심지어 염라대왕의 표정도 점점 부드러워졌다.
"스물아홉, 길에서 버려진 아이를 발견하고 데려와 돌보았다. 그 아이는 후에 양가집에 입양되어 훌륭한 의원이 되었다."
김만석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가 잘 자라 의원이 되었다니, 다행이었다.
"서른하나, 홍수로 마을이 잠겼을 때, 세 명의 아이들을 구했다. 자신은 허리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를 미루고 피해 복구를 도왔다."
기록은 계속되었다. 김만석이 평생 동안 베푼 선행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서는 것들이었다. 그는 자신의 편안함과 이익보다 타인의 필요를 우선시했고, 그것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의 선행 중 상당수는 아무도 모르게 행해진 것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서른셋, 오늘. 소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그 소녀는 앞으로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의녀가 될 것이었다."
관리가 생사부를 덮었다. 법정은 깊은 침묵에 빠졌다. 김만석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자신이 한 일들이 이렇게 중요하게 여겨질 줄은 몰랐다.
염라대왕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평생 베푼 선행이 이토록 많을 줄은 몰랐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네 선행의 대부분이 아무런 보상이나 인정을 바라지 않고 행해졌다는 점이다."
김만석은 고개를 들어 염라대왕을 바라보았다.
"대왕님, 저는 그저...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기에 행한 일들입니다.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염라대왕의 눈이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바로 그것이 특별한 것이다. 선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마음. 수천 년간 인간들을 심판해 왔지만, 그런 순수한 마음은 드물다."
법정 안의 모든 시선이 김만석에게 향했다. 그는 당혹스러운 듯 자신의 발끝만 바라보았다.
"저승 법정에서 이런 일은 처음이구나. 잘못 데려온 영혼이 이토록 특별한 경우라니..."
염라대왕의 말에 법정은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 갈등하는 염라대왕, 법과 정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저승의 왕
염라대왕은 오랜 침묵 끝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든 저승 관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대왕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은 천 년에 한 번도 드문 일이었다.
"모든 영혼들은 잠시 물러가라. 이 법정에는 생사부 관리와 저승차사만 남아라."
염라대왕의 명령에 법정은 순식간에 비워졌다. 김만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나... 나도 물러가야 합니까?"
"아니다. 네 자리에 서 있거라."
염라대왕은 천천히 법정을 가로질러 김만석 앞으로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염라대왕의 눈에는 수천 년의 세월이 깃들어 있었다. 무수한 영혼들을 심판해 온 지혜와 피로가 함께 서려 있었다.
"김만석, 너는 내게 어려운 문제를 안겨주었구나."
"제가요? 어떤 문제를 드렸다는 말씀이신지..."
염라대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승에는 엄격한 법이 있다. 잘못 데려온 영혼이라 할지라도, 한번 저승문을 넘어 생사부에 기록이 읽혀진 이상...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낼 수 없다는 것이 천년의 법이다."
김만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럼... 저는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건가요?"
염라대왕은 답하지 않고 생사부를 다시 펼쳤다.
"하지만 네 경우는 특별하다. 네가 죽은 것은 저승사자의 실수도, 네 운명도 아니었다. 순전히 네 선택이었다. 타인을 구하기 위한 순수한 희생이었지."
생사부 관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왕님, 전례가 없지 않습니다. 삼백 년 전, 큰 홍수 때 잘못 데려온 영혼들을..."
"그것은 대재앙으로 인한 혼란 때문이었다. 이런 개인의 사례와는 다르다."
염라대왕의 단호한 목소리에 관리는 입을 다물었다. 염라대왕은 계속해서 생사부를 넘기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더구나 네가 구한 소녀는 단순한 생명이 아니었다. 그녀는 앞으로 많은 생명을 구할 의녀가 될 운명이었다. 네 희생으로 그 운명의 줄기가 이어졌으니..."
김만석은 자신의 행동이 그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저 위험에 처한 아이를 본 본능적인 반응이었을 뿐인데.
저승차사 중 가장 나이 든 이가 앞으로 나섰다.
"대왕님, 법을 어기시면 천상의 질서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무너질 위험이..."
"나는 그 위험을 모르겠느냐?"
염라대왕의 목소리에 분노가 실렸다. 법정은 다시 침묵에 빠졌다.
"천 년 동안 나는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영혼들을 차갑게 대했는지 모른다. 때로는 안타까운 사연도, 억울한 죽음도 모두 법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했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하지만 이 김만석의 사례는... 내 마음을 흔든다. 인간의 선함이 이토록 순수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이 법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김만석은 말없이 염라대왕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보다는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대왕님, 제가 죽는 것이 법이라면, 저는 받아들이겠습니다. 단지... 제가 구한 그 아이가 잘 자라서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김만석의 말에 염라대왕의 표정이 복잡하게 변했다. 그의 눈에 이전에 없던 감정의 빛이 일렁였다.
※ 눈물의 순간, 인간의 선함에 마음을 빼앗긴 염라대왕의 결단
저승 법정의 침묵이 깊어졌다. 염라대왕은 옥좌에 다시 앉아 생사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수천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감정의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김만석은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며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마음은 이상하게도 평온했다. 살아생전 자신이 행한 일들에 후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만석, 네게 묻겠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만약 너를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낸다면, 넌 어떤 삶을 살겠느냐?"
김만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런 질문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웠다.
"저는... 아마도 그저 전과 같은 삶을 살 것 같습니다, 대왕님. 곡식을 팔고, 사람들을 도우며,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행들을 하겠지요."
"더 큰 야망은 없느냐? 부와 명예를 얻고 싶은 마음은?"
"그런 것들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게는... 다른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더 큰 기쁨일 뿐입니다."
염라대왕의 눈이 깊이 김만석을 살폈다. 마치 그의 영혼 깊숙한 곳까지 들여다보는 듯했다.
"수천 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인간들을 심판해 왔다. 그들 중에는 훌륭한 업적을 이룬 이들도, 큰 선행을 베푼 이들도 많았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점점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너처럼 자신의 선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것을 특별한 일로 생각하지 않는 순수한 마음은... 정말 드물었다."
그때였다. 법정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염라대왕의 얼굴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린 것이다. 천 년 동안 감정을 보인 적 없던 저승의 왕이, 한 인간의 순수한 선함 앞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대왕님..."
저승차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 눈물을 흘리는 염라대왕을 본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다.
염라대왕은 천천히 손을 뻗어 생사부를 닫았다. 그의 눈에서 또 한 줄기 눈물이 떨어져 책 위에 맺혔다.
"법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너를 통해 깨닫게 되었구나. 그것은 바로 진정한 선함, 순수한 마음이다."
염라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김만석에게 다가갔다. 그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단호했다.
"김만석, 나는 오늘 천 년의 법을 깨기로 결정했다. 너를 인간 세상으로 돌려보내겠다."
법정에 놀라움의 파도가 일었다. 저승차사들은 서로 속삭였고, 생사부 관리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
염라대왕이 김만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너는 이곳에서 본 것과 들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네가 베푼 선행의 가치를 세상에 전해야 한다.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이 바뀔 수 있도록."
김만석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제가 그런 큰 임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왕님."
"네가 할 수 있다. 너의 순수한 마음이 내게 보여준 것처럼, 그 마음이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줄 것이다."
염라대왕은 김만석의 이마에 손을 대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가거라, 마지막 인간이여. 나의 눈물을 본 유일한 인간이여."
그 순간, 법정이 밝은 빛으로 가득 찼고, 김만석의 의식은 서서히 흐려져 갔다.
※ 두 번째 삶,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온 김만석과 그가 전하는 메시지
한양 장터의 소란스러운 아침. 사람들이 모여들어 무언가를 둘러싸고 웅성거리고 있었다.
"기적이야! 분명 죽었던 사람이 살아났어!"
"귀신이 씌었나? 아니면 도깨비 장난인가?"
장터의 한 구석, 김만석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몸은 여전히 곡식더미 위에 누워 있었다. 사흘 전에 그가 쓰러졌던 바로 그곳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시신을 수습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부패가 시작되지 않아 넋을 묻지 못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만석아! 정말 살아난 거냐?"
오랜 친구 박 서방이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껴안았다.
"네... 살아있습니다."
김만석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분명했다.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무언가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저승에서의 기억, 그리고 염라대왕의 눈물.
며칠이 지나고, 김만석의 기적적인 부활 소식은 한양 전체에 퍼졌다. 사람들은 그를 보기 위해 모여들었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제가 본 저승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달랐습니다."
김만석은 그를 찾아온 이들에게 조용히 말했다.
"염라대왕은 엄격하지만 공정하셨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분도 감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지만, 김만석의 진지한 눈빛에 모두 귀를 기울였다.
"우리의 선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가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베푸는 작은 친절 하나, 도움의 손길 하나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그의 말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그가 살려낸 소녀와 그 가족들은 김만석을 마치 신처럼 여기며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세월이 흘렀다. 김만석은 장터에서의 장사를 접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도왔다. 병든 이들에게 약을 전하고,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염라대왕께서 제게 가르쳐 주신 것이 있습니다. 법과 규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의 선함이라는 것을요."
그의 두 번째 삶은 첫 번째보다 더 의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생사부에 기록된 많은 선행들을, 이제는 자각적으로 행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많은 이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느 겨울날, 이제 늙은 김만석은 자신이 도왔던 소녀, 이제는 조선 최고의 의녀가 된 여인의 집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어려 있었다.
그가 숨을 거두는 순간,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한 흑의의 그림자가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저승사자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저승사자였고, 그는 정확한 명단을 가지고 있었다.
"김만석, 이제 진짜 네 시간이 되었다. 대왕님께서 널 직접 만나고 싶어 하신다."
김만석의 영혼은 미소 지으며 저승사자를 따라갔다. 그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조선 땅에서 계속해서 전해져 내려갔다. 염라대왕의 눈물을 본 마지막 인간, 김만석의 전설로.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염라대왕의 눈물을 본 마지막 인간'은 어떠셨나요?
인간의 순수한 선함이 저승의 법칙까지 바꿀 수 있다는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 중 하나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중요한 교훈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바로 규칙과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심 어린 선행과 타인을 위한 희생이라는 것이지요.
김만석이 보여준 순수한 선함은 결국 차갑던 염라대왕의 마음마저 녹여버렸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염라대왕: 역사 속 저승 재판의 흔적'을 준비했습니다.
실제 왕조실록과 역사서에 기록된 염라대왕과 저승 세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살펴보며,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사후 세계를 인식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현실에서도 김만석 같은 선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이 계시겠지요.
오늘 들으신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주었기를 바라며,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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