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법정의 마지막 재판: 환생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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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탐관오리로 살다 죽은 한 사또가 저승에서 마지막 재판을 받게 된다. 염라대왕은 그에게 특별한 환생의 조건을 제시하는데...
1
을묘년 봄날 새벽, 한양 북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화려한 저택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사또 한성철이 숨을 거두는 순간이었지요. 그의 마지막 숨결과 함께 백 년 묵은 먹구름이 저택 위로 몰려들었습니다.
사또의 방 안에는 온갖 진귀한 보물들이 가득했습니다. 백성들의 피땀으로 모은 재물이었지요. 옥으로 만든 술잔, 황금 보석함, 비단 이불... 그가 평생 쌓아온 재물들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임종을 지키던 하인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재물을 훔치기 바빴습니다. "상전이 죽었으니 이제 이 재물들은 우리 차지야!" 하인들의 얼굴에는 그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상전의 탐욕이 그대로 비춰지고 있었지요.
평생 높은 자리에서 권세를 누리던 사또였지만,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택 밖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지요. "드디어 저 악독한 사또가 죽었구나..."
한성철은 젊은 시절부터 뛰어난 수완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그의 수완이란 게 다름 아닌 백성들의 재물을 교묘히 빼앗는 것이었지요. 관아의 곡식을 빼돌려 팔아치우고, 억울한 옥사를 만들어 뇌물을 챙기고, 심지어는 가난한 백성의 딸들까지 빼앗아 첩으로 삼았습니다.
이제 그의 눈은 영원히 감겼지만, 입가에는 여전히 탐욕스러운 미소가 걸려있었습니다. 마치 저승에 가서도 뭔가를 욕심내려는 듯한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몰랐습니다. 저승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2
깊은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사또 앞에는 거대한 법정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천장은 보이지 않을 만큼 높았고, 수천 개의 붉은 촛불이 허공에 떠서 타오르고 있었지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촛불들이 일제히 흔들렸고, 그 그림자는 마치 원혼들이 춤추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법정의 기둥은 검은 옥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로는 금빛 글자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모두 죄인들의 이름이었지요. 사또는 자신의 이름도 그곳에 새겨질 것을 직감하고 몸을 떨었습니다.
양쪽으로는 저승사자들이 도열해 있었습니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깊은 심연과도 같았고, 손에 든 철창은 푸른 빛을 내뿜고 있었지요. 저승사자들 뒤로는 수많은 원혼들이 서서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높은 곳에는 거대한 옥좌가 있었고, 그 위에 염라대왕이 앉아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검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위엄 있는 눈빛만은 달빛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지요. 옥좌 앞에는 생사를 가르는 황금 저울이 놓여있었고, 그 옆으로는 붉은 붓이 공중에 떠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무릎을 꿇어라." 저승사자 하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습니다. 평생 남들 앞에서 고개 한번 숙이지 않았던 사또였지만, 이번만큼은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무릎이 차가운 바닥에 닿는 순간, 법정 전체가 떨리는 듯했고 촛불들이 더욱 거세게 흔들렸습니다.
3
"한성철, 너의 죄를 일일이 세기에는 하루해가 모자랄 것이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법정 전체를 울렸습니다. 그의 앞에는 천 장이 넘는 두터운 생사책이 펼쳐져 있었지요.
염라대왕이 손을 들자 생사책의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사또의 악행이 허공에 영상처럼 비춰졌습니다. 스물네 살, 처음 관직에 올라 가난한 농부에게서 뇌물을 받던 순간. 서른둘, 과부의 땅을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던 날. 마흔셋, 억울한 옥사를 조작해 죄 없는 선비를 귀양 보내던 때.
"이것이 네가 저지른 악행의 일부에 불과하다." 염라대왕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있었습니다. "네가 빼앗은 재물의 무게는 산과 맞먹고, 네가 흘리게 한 눈물은 강을 이루었다."
그때였습니다. 법정 한쪽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또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그의 악행으로 목숨을 잃은 영혼들이 서 있었습니다. 굶어 죽은 농부들, 강에 몸을 던진 처녀들, 옥사장에서 숨을 거둔 죄인들... 그들의 한숨 소리가 법정을 가득 메웠습니다.
"한성철, 네 앞에 선 이들을 똑바로 보아라." 염라대왕이 명령했습니다. 사또는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자신의 죄악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생사책은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겼고, 사또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져 갔습니다. 마지막 페이지가 넘어가자 허공에는 그가 마지막 숨을 거두던 순간이 비춰졌습니다. 탐욕스러운 미소를 띤 채 죽어간 그의 모습을 보며, 법정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습니다.
4
저승사자들이 하나둘 증인으로 나섰습니다. 첫 번째로 나선 것은 푸른 갓을 쓴 저승사자였습니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죽간이 들려있었지요.
"신암리 마을의 곡식창고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이 자는 흉년이 든 해에 백성들의 곡식을 빼돌려 폭리를 취했지요. 그 때문에 스물셋 명의 목숨이 꺾였습니다."
다음으로 나선 붉은 도포를 입은 저승사자는 한 젊은 여인의 혼령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이 여인은 평소 효심이 깊어 남들이 칭찬이 자자했던 이씨 가문의 며느리입니다. 하지만 이 자가 남편을 옥에 가두겠다며 협박하여..."
여인의 혼령이 흐느끼며 말을 이었습니다. "저... 저는 결국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강물에 몸을 던졌습니다. 남편은 그 후 실성하여 거리를 헤매다 객사했고, 시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자리에 눕고 말았지요."
검은 갑옷을 입은 저승사자도 앞으로 나왔습니다. 그의 뒤로는 수십 명의 원혼들이 줄을 지어 따랐습니다. "이들은 모두 한성철의 탐욕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이들입니다. 그들의 한이 얼마나 깊은지, 저승의 강물이 늘 붉게 출렁인다고 합니다."
원혼들의 목소리가 하나둘 울려 퍼졌습니다. "내 전답을 빼앗아 가족들이 굶어 죽게 만들었습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병들어 죽었습니다." "뇌물을 바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양을 보내 죽게 했습니다."
법정 안은 원한에 찬 목소리로 가득 찼고, 촛불들은 더욱 붉게 타올랐습니다. 사또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져 갔지요. 이제야 그는 자신이 뿌린 악행의 씨앗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깨닫게 된 것입니다.
5
법정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습니다. 이제 모든 증언이 끝났고, 사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그가 무간지옥으로 보내질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때였습니다. 염라대왕이 뜻밖의 제안을 했습니다.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이행한다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법정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승사자들은 놀란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고, 원혼들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웅성거렸습니다. 이런 중죄인에게 기회를 준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염라대왕님! 어찌 이런 악독한 자에게 기회를..." 한 원혼이 절규하듯 외쳤습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손을 들어 그들을 잠잠케 했습니다.
"나는 그의 생사책을 보며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그의 악행이 시작되기 전, 어린 시절의 한 페이지에 작은 선행이 기록되어 있었지. 굶주린 개를 먹이고, 병든 새를 돌보았던 순수한 마음이..."
사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그는 생명을 사랑하고 이웃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였습니다.
"그 마음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면, 네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염라대왕의 눈빛이 깊어졌습니다. "하지만 명심해라. 이 기회는 네가 저지른 죄보다 더 큰 속죄의 길이 될 것이다. 견딜 수 있겠느냐?"
법정 안의 촛불들이 일제히 깜박였고,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사또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왕님... 어떤 시련이라도 받아들이겠습니다."
6
염라대왕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의 키는 점점 더 커져 법정 천장까지 닿을 듯했고,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이제 네가 이행해야 할 세 가지 조건을 말하겠다."
첫 번째 조건이 선포되었습니다. "네가 평생 탐욕으로 빼앗은 모든 재물의 무게만큼, 저승의 돌을 나르는 것이 첫 번째 조건이다." 염라대왕이 손을 휘두르자 법정 한쪽 벽이 열리며 끝없이 이어진 돌산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돌들은 네 탐욕의 무게다. 하나하나가 네가 빼앗은 재물이요, 그것으로 인한 고통이니라."
두 번째 조건이 이어졌습니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원한을 달래는 것이 두 번째 조건이다." 법정에 모인 원혼들이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고, 그 소리에 촛불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그들의 한을 풀기 전까지 너의 영혼도 평안할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 조건이 선포되었습니다. "네 마음속 탐욕을 완전히 비우는 것이 세 번째 조건이다."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한층 엄숙해졌습니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시험이 될 것이다. 탐욕은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것. 뿌리째 뽑지 않으면 다시 자라나게 되느니라."
사또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어 염라대왕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함께 작은 희망이 깃들어 있었지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이행한다면, 그때는 네게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 염라대왕의 말이 끝나자 법정 안의 모든 촛불이 일제히 흔들렸습니다.
저승사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천 년을 살아오며 이런 조건을 완수한 영혼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의 눈빛에는 어떤 기대가 서려 있었습니다. 마치 오래전 자신이 심어둔 씨앗이 마침내 싹을 틔울 것을 기다리는 듯한 눈빛이었지요.
7
사또는 처음에 이 시험들을 쉽게 생각했습니다. '돌을 나르는 것쯤이야... 원한을 달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살아생전 늘 자신만만하던 그의 모습 그대로였지요.
첫날, 그는 의기양양하게 돌을 날랐습니다. 한 개, 두 개...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돌을 옮길 때마다 그 무게가 두 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열 개째 돌을 들었을 때는 이미 그의 영혼이 휘청거렸고, 스무 개째에 이르러서는 완전히 지쳐버렸습니다.
"이제 알겠느냐?" 옆에서 지켜보던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이 돌들은 단순한 바위가 아니다. 네가 빼앗은 재물로 인해 흘린 백성들의 눈물이 맺혀 만들어진 것이지." 사또는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가볍게 여겼던 탐욕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지를.
다음으로 그는 원혼들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원혼들은 그를 외면했고, 그가 다가갈수록 더욱 깊은 고통에 빠져들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사또가 무릎을 꿇고 빌었지만, 원혼들의 한숨 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습니다.
"이제 보이느냐?" 또 다른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네가 남긴 상처는 단순한 사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을 네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밤낮없이 돌을 나르고 원혼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사또의 영혼은 점점 초라해져갔습니다. 화려했던 관복은 너덜너덜해졌고, 당당했던 걸음걸이는 흔들렸습니다. 하지만 더 괴로운 것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탐욕의 속삭임이었습니다.
'이렇게 고생할 필요 있겠느냐... 도망가자... 어디 숨을 곳은 없을까...' 사또는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세 가지 시험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8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는 왕조가 바뀌고, 새로운 풍속이 생겨났지만, 저승에서 사또의 속죄는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그의 외양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지요. 위엄 있던 관복은 다 떨어져 나가고, 교만하던 눈빛은 겸손한 빛을 담고 있었습니다.
매일 밤낮으로 돌을 나르는 동안, 사또는 그 돌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돌은 가난한 과부의 눈물이요, 저 돌은 굶주린 아이들의 한숨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무거워 옮길 수 없었던 돌들이, 이제는 그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원혼들을 만날 때마다 사또는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습니다. "제가 관직에 있을 때 마을에 흉년이 들었지요. 그때 관아의 곡식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매를 맞아 죽었습니다." 한 노인의 원혼이 말했습니다. 사또는 그저 묵묵히 듣고 또 들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그저 가난한 농부였습니다. 그런데 사또님의 명령으로 옥에 갇혔다가..." 어린아이의 원혼이 흐느꼈습니다. 사또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이제는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자신의 아픔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점점 더 많은 원혼들이 그를 찾아왔지만, 이제 사또는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분노를 받아들였습니다. 때로는 밤새도록 원혼들과 함께 울기도 했지요.
"이상하군요." 한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당신을 보며 분노하던 원혼들이, 이제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습니다." 사또의 눈빛에는 깊은 깨달음이 서려 있었습니다. 진정한 참회는 말이 아닌 마음으로 하는 것임을, 그는 이제야 알게 된 것입니다.
9
"이제 마지막 시험만이 남았다." 어느 날, 염라대왕의 목소리가 저승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사또는 다시 법정으로 불려왔지요. 이번에는 그의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초라한 몰골이었지만, 눈빛만은 맑은 연못처럼 깊어져 있었지요.
법정 한가운데에는 황금으로 만든 큰 상자가 놓여있었습니다. 상자에서는 이상한 빛이 새어 나왔고, 그 빛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듯했습니다. "이 상자 안에는 네가 평생 탐했던 모든 것이 들어있다." 염라대왕이 말했습니다.
상자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안에는 황금과 보석, 권력과 명예, 쾌락과 안락이 가득했습니다. 사또가 살아생전 그토록 갈구하던 모든 것들이었지요. 상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은 점점 더 강렬해졌고, 그 빛은 사또의 마음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다시 가질 수 있다." 상자에서 달콤한 속삭임이 흘러나왔습니다. "네가 원하는 모든 것... 다시 권세와 부를 누릴 수 있어..." 사또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수백 년간 잊고 있었던 탐욕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였습니다. 사또의 귓가에 지난 세월 동안 들어온 원혼들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그가 나른 돌멩이 하나하나에 담긴 눈물도 떠올랐지요. 그제서야 사또는 깨달았습니다. 이 황금 상자야말로 자신을 괴물로 만들었던 근원이라는 것을.
"이제는... 이제는 알겠습니다." 사또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손이 황금 상자를 향해 뻗어갔지만, 그것은 상자를 움켜쥐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상자의 뚜껑을 닫은 것입니다.
10
법정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습니다. 사또 앞에 놓인 황금 상자에서는 달콤한 유혹이 흘러나왔습니다. 그의 눈앞에 과거의 영화가 아른거렸지요. 높은 관직, 넘치는 재물, 그리고 그가 누렸던 모든 권세가...
하지만 사또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수백 년간 돌을 나르며 보았던 백성들의 눈물, 그들의 한숨 소리, 그리고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잘못이 마음속을 스쳐 지나갔지요.
"이제는..." 사또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는 알겠습니다." 그의 손이 황금 상자를 향해 뻗어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상자 안의 것들을 탐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지요. 단호한 손길로 상자의 뚜껑을 닫아버렸습니다.
상자가 닫히는 순간, 법정 안에 있던 모든 촛불들이 일제히 흔들렸습니다. 원혼들의 모습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고, 저승사자들의 눈빛에도 깊은 감동이 어렸지요.
"진정한 부유함은 마음의 평안이었고, 진정한 권세는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또의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습니다. 수백 년의 참회가 그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11
"이제 너는 환생할 자격을 얻었다." 염라대왕의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저승사자들도, 원혼들도 모두 숨을 죽였습니다. 마침내 수백 년에 걸친 시험이 끝난 것입니다.
염라대왕이 커다란 생사책을 펼쳤습니다. "이제 너는 부유한 양반가의 아들로 태어나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그것이 네가 받을 보상이다." 그의 붉은 붓이 공중에 떴고, 사또의 새로운 운명을 쓰려는 듯 종이 위로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그때였습니다. 사또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대왕님, 저는... 저는 이곳에 남고 싶습니다." 법정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지은 죄의 무게를, 그리고 그 죄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의 아픔을..."
사또의 눈에는 이제 더 이상 탐욕도, 교만도 없었습니다. 대신 깊은 연민과 이해가 깃들어 있었지요. "이제 막 저승에 오는 영혼들을 돕고 싶습니다. 제가 겪은 것처럼 그들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참회할 수 있도록... 그것이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법정 안에 있던 원혼들이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그들의 얼굴에도 더 이상 원한이 서려있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변했습니다..." 한 원혼이 말했습니다. "우리도 당신을 용서합니다."
염라대왕은 오랫동안 사또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침내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지요. "네가 진정으로 깨달았구나. 환생하여 편안한 삶을 사는 것보다, 다른 이들을 돕는 것을 선택하다니..." 염라대왕의 붉은 붓이 다시 한번 움직였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글자를 쓰기 위해서였지요.
12
그 후로 저승 법정에는 한 명의 새로운 조력자가 생겼다고 합니다. 흰 도포를 입은 이 조력자는 새로 온 영혼들을 맞이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끝없이 들어주었지요. 한때 탐관오리였던 사또가 이제는 죄 지은 영혼들을 이끄는 안내자가 된 것입니다.
특히 그는 탐욕에 물든 영혼들을 따뜻하게 맞이했습니다. "나도 한때 당신과 같았소."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깊은 이해와 연민이 담겨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고통스럽더라도, 이것은 당신이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라오."
그는 죄 지은 영혼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습니다. 수백 년간 돌을 날랐던 이야기, 원혼들의 아픔을 들었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황금 상자의 유혹을 이겨냈던 이야기를. 그의 이야기를 들은 영혼들은 하나둘 변화하기 시작했고, 진정한 참회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승 법정에서는 매일 밤 이상한 광경이 펼쳐진다고 합니다. 죄 지은 영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모습, 원혼들의 한이 풀리는 모습,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한 조력자의 모습이 보인다고 하지요.
"진정한 용서와 참회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지요." 그가 늘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답니다."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저승의 법정에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마음속 탐욕을 비우고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한 영혼의 이야기로, 새로 오는 영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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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마음속 탐욕을 비우고 진정한 변화를 이룬 한 영혼의 여정... 우리에게도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습니다.
저승에서의 세 가지 조건처럼, 우리도 매일 크고 작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지요. 그럴 때마다 이 이야기를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조선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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