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의 재판, 염라대왕의 마지막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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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억울하게 독살당한 선비 이현성. 그의 영혼은 저승에 도착했으나,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전례 없는 일곱 번의 재판을 염라대왕에게 요청합니다. 인간 세상과 저승을 오가며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충격적인 비밀, 그리고 염라대왕의 마지막 판결은 과연 무엇일까요? 조선시대 저승 재판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후킹멘트
여러분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조선시대 한 선비의 억울한 죽음과 그가 염라대왕 앞에서 펼친 일곱 번의 재판에 관한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서는 이미 끝난 삶이지만, 저승에서는 새로운 싸움이 시작됩니다. 죽은 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진실은 결코 묻히지 않는 법이지요. 권력과 음모에 희생된 한 영혼의 처절한 외침, 그리고 저승의 법정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반전을 함께 만나보시겠습니다. 귀를 기울여 주세요, 일곱 번의 재판이 시작됩니다.
※ 선비 이현성의 죽음과 저승 도착
찬란한 달빛이 드리워진 밤, 한성의 작은 서재에서 한 선비가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이현성, 올해 스물여덟, 과거에 급제하여 성균관에서 학문을 닦던 그는 갑작스러운 복통에 몸을 웅크렸습니다. 차가운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고, 잉크향이 감도는 손끝이 파르르 떨렸지요. 그의 손에서 붓이 떨어지며 하얀 종이 위에 검은 먹이 번졌습니다. 마치 그의 생명이 스러지듯, 먹물이 종이에 스며들었습니다.
"이상하다... 오늘 마신 차에... 무언가..."
말을 잇지 못한 이현성은 마루에 쓰러졌고, 그의 눈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둥근 보름달이었습니다. 눈을 감는 순간, 이현성은 자신이 독살당했음을 깨달았지요. 하지만 누가, 왜 자신을 해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음 순간, 이현성은 낯선 길 위에 서 있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길,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 오는 한숨 소리와 흐느낌이 들렸습니다. 그제야 이현성은 자신이 죽었음을 알았습니다. 저승길을 걷는 이현성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마음은 더욱 무거웠습니다. 억울함이 가슴을 파고들었지요.
"잠시 기다려라."
어둠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현성은 걸음을 멈췄습니다. 검은 갓을 쓴 저승사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차가운 눈빛으로 이현성을 바라보는 저승사자의 손에는 명부가 들려 있었습니다.
"이현성, 스물여덟 살. 독약으로 인한 죽음. 네 명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저승사자님, 제가 어찌 죽었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저를 해치려 했다는 것입니다. 억울합니다."
저승사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모든 죽은 자들이 억울하다 말한다. 네 억울함을 염라대왕 전에서 말해보아라."
안개 속을 걷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이현성은 거대한 저승 법정 앞에 도착했습니다. 높은 대전 위에는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생전의 죄와 선행을 기록한 생사책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좌우로는 판관들이 줄지어 서 있었지요.
"염라대왕님, 제 죽음은 억울합니다. 누군가가 저를 독살했지만, 그 이유도, 범인도 알 수 없습니다. 제발 진실을 밝혀주소서."
염라대왕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이현성을 바라보았습니다.
"네 명부에는 '운명에 따른 죽음'이라 적혀 있다. 억울함을 증명할 방법이 있느냐?"
이현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습니다.
"대왕님, 일곱 번의 재판을 허락해 주십시오. 제 죽음의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염라대왕의 눈썹이 꿈틀거렸습니다. 법정이 술렁였고, 판관들은 놀란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일곱 번의 재판이라니, 전례 없는 요청이었습니다.
"네가 어찌 감히..."
"대왕님, 모든 영혼은 공정한 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게 기회를 주십시오. 일곱 번의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습니다."
긴 침묵이 법정을 감쌌습니다. 염라대왕은 깊은 생각에 잠겼고, 이윽고 그의 목소리가 법정에 울려 퍼졌습니다.
"좋다. 일곱 번의 재판을 허락하마. 하지만 네가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영원히 아귀의 세계를 떠돌게 될 것이다."
이현성은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목숨을 걸고 선택한 일곱 번의 재판, 이제 그의 영혼을 건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 첫 번째 재판과 억울함의 호소
첫 번째 재판이 열리던 날, 저승 법정은 이현성의 죽음에 관한 기록으로 가득 찼습니다. 염라대왕 앞에는 이현성의 삶과 죽음이 기록된 두꺼운 책이 놓여있었고, 그 옆에는 인간 세상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인 '인과경(因果鏡)'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현성, 네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면, 먼저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해보아라."
염라대왕의 말에 이현성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비록 영혼이 되었지만, 그의 가슴은 여전히 억울함으로 뛰고 있었지요.
"제가 죽기 전날, 성균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쓴 상소문이 임금의 눈에 들어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 상소문에는 현재 조정의 부패와 특히 좌의정 박상철의 비리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지요."
인과경에 이현성의 기억이 영상처럼 비춰졌습니다. 성균관의 뜰에서 동료 유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 밤을 새워 상소문을 작성하는 모습, 그리고 그 상소문을 들고 대궐로 향하는 모습까지.
"그 상소문이 임금의 눈에 들어, 박상철을 조사하라는 명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제 방에 찾아온 한 사내가 있었습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저에게 상소문을 거두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 것이라 협박했지요."
인과경에 다시 영상이 비춰졌습니다. 깊은 밤, 검은 복장을 한 사내가 이현성의 방에 들어와 무언가를 말하는 모습. 하지만 그 사내의 얼굴은 안개처럼 흐릿했습니다.
"저는 그의 협박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걸었지요. 그리고 다음 날..."
이현성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인과경에는 그가 차를 마시고 쓰러지는 모습이 비춰졌고, 그 옆에는 누군가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제가 즐겨 마시던 차에 독이 섞여 있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누군가가 제 차에 독을 탔고, 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염라대왕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법정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고, 판관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네 말이 진실이라면, 누가 너를 해쳤는지 증거가 있느냐?"
이현성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일곱 번의 재판을 요청한 이유입니다. 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염라대왕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네가 어찌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생각하느냐? 이미 죽은 영혼이 인간 세상에 발을 들이는 것은 천지의 이법을 어기는 것이다."
이현성은 단호한 눈빛으로 대답했습니다.
"대왕님, 저승의 법도 중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자는 그 진실을 밝힐 권리가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게 그 권리를 주시지 않겠습니까?"
법정이 다시 술렁였고, 판관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대왕님, 그런 조항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비록 천 년에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법이지만, 정말 억울한 영혼에게는 그 권리가 주어질 수 있습니다."
염라대왕은 긴 수염을 쓸며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좋다. 네게 셋째 날 밤, 인간 세상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마. 하지만 닭이 울기 전까지만 허락하노라. 그 시간 안에 네 억울함을 증명할 증거를 찾아와야 한다."
이현성의 눈에 결의가 빛났습니다. 모든 판관들과 저승의 관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대왕님. 반드시 진실을 밝혀 보이겠습니다."
첫 번째 재판이 끝나고, 이현성은 저승의 초라한 객사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앞에는 인간 세상으로 가는 길이 놓여 있었고, 그 길은 안개처럼 희미했습니다. 과연 그는 셋째 날 밤, 자신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요?
※ 두 번째~네 번째 재판과 증거 수집
셋째 날 밤, 이현성은 안개가 자욱한 저승의 경계를 지나 인간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자신이 죽음을 맞이했던 서재였습니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흘러들어와 마루에 쓰러져 있던 그날의 흔적을 비추고 있었지요. 하지만 이제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다. 닭이 울기 전에 증거를 찾아야 해."
이현성은 서재 구석구석을 살폈습니다. 그의 손은 물건을 잡을 수 없었지만, 영혼의 눈으로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지요. 책상 위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마셨던 차 그릇이 아직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누군가가 훑어본 듯한 문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누군가 내가 죽은 후 이곳을 뒤졌군."
이현성의 시선이 책상 아래로 향했습니다. 그곳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작은 비단 조각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푸른빛 비단에 금색 실로 수놓은 무늬가 있었지요. 이현성은 그 비단 조각을 기억해 두었습니다.
그때, 대문 밖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누군가가 서재로 들어오고 있었지요. 이현성은 그림자처럼 벽 뒤로 숨었습니다. 서재 문이 열리고, 한 사내가 들어왔습니다. 그는 주변을 살핀 후, 이현성의 책상을 다시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 있지? 그 상소문의 원본이 반드시 여기 있을 텐데..."
이현성은 그 사내를 유심히 살폈습니다. 좌의정 박상철의 측근인 김도령이었습니다. 그가 이현성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김도령은 책장 뒤편의 비밀 공간을 찾아내고는 거기서 문서 하나를 꺼냈습니다. 이현성이 쓴 상소문의 원본이었습니다.
"드디어 찾았군. 이것만 없애면..."
그때, 멀리서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현성은 시간이 다 되었음을 깨달았지요. 영혼의 모습으로 김도령의 앞에 나타나자, 김도령은 혼비백산하여 뒷걸음질 쳤습니다. 문서를 떨어뜨리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김도령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이현성은 다시 저승으로 돌아갔습니다.
두 번째 재판이 열렸습니다. 이현성은 자신이 본 것을 염라대왕 앞에 낱낱이 고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비단 조각은 좌의정 박상철이 즐겨 입는 도포의 소매 끝에 달린 것과 같았습니다."
염라대왕은 인과경을 통해 이현성이 말한 장면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증거는 아직 부족했지요.
"이것만으로는 너의 억울함을 증명하기 어렵다.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세 번째 재판에서 이현성은 다시 한 번 인간 세상으로 내려갈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번에는 김도령을 따라가기로 했지요. 어두운 밤, 김도령은 한양 외곽의 한 초가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은 바로 박상철의 아들 박준호였습니다.
"일은 잘 처리했나?"
"네, 영감님. 이현성의 방에서 상소문 원본을 찾아냈습니다. 이제 그의 죽음과 관련된 증거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잘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어. 내일 밤, 그의 시신을 깊은 산속에 묻으라. 아무도 찾지 못하게."
이현성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자신의 시신마저 없애려는 계획을 들은 것이지요. 더 이상 들을 필요 없이, 그는 자신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의 시신은 아직 그곳에 있었고, 내일이면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고심 끝에 이현성은 자신의 오랜 벗 정학수의 꿈에 나타나기로 했습니다. 정학수는 이현성과 함께 공부했던 친구로, 지금은 한성부의 녹사로 일하고 있었지요. 그날 밤, 이현성은 정학수의 꿈에 나타나 자신의 억울한 죽음과 시신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학수야, 나는 박상철과 그의 아들에 의해 독살당했다. 내일 밤이면 내 시신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제발 나를 도와다오."
꿈에서 깬 정학수는 혼란스러웠지만, 친구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그는 즉시 이현성의 집으로 달려갔고, 그곳에서 시신을 지키기로 결심했습니다.
네 번째 재판에서 이현성은 정학수가 자신의 시신을 지키기 위해 경비를 서고 있음을 염라대왕에게 보고했습니다. 또한 박상철과 그의 아들이 자신의 죽음에 관련되어 있다는 정황도 함께 전했지요.
"이제 조금씩 진실이 드러나고 있군. 하지만 아직도 어떻게 네가 독살당했는지, 그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염라대왕의 말에 이현성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다섯 번째 재판을 준비할 시간입니다. 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야만 했지요.
※ 다섯 번째~여섯 번째 재판과 진실의 실마리
다섯 번째 재판을 앞두고, 이현성은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인간 세상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번에는 박상철의 저택으로 향했지요. 화려한 기와집, 넓은 마당, 그리고 삼엄한 경비. 그 모든 것을 지나 이현성은 박상철의 내실로 들어갔습니다.
내실에서는 박상철과 그의 측근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김도령도 있었고, 놀랍게도 궁중 의원인 이태호도 자리하고 있었지요. 이현성은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의원, 그 독약은 확실히 흔적이 남지 않는가?"
이태호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습니다. "네, 영감님. 그 약은 세 시진이 지나면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습니다. 이미 이현성의 시신에서는 독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박상철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좋아. 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그의 시신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
그때, 박준호가 급히 들어왔습니다. "아버님, 큰일났습니다! 이현성의 집에 한성부 관리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정학수라는 자가 이현성이 독살당했다며 관가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박상철의 안색이 창백해졌습니다. "뭐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누가 정보를 흘린 것이냐?"
방 안이 술렁였고, 이현성은 그들의 혼란을 지켜보며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섰습니다. 이제 그는 자신이 어떻게 독살당했는지, 그리고 누가 그 뒤에 있는지 명확히 알게 되었지요.
이현성은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이태호를 따라갔습니다. 의원의 집에 도착한 그는, 이태호가 비밀스럽게 보관하고 있는 독약 제조법과 기록들을 발견했습니다. 그 기록에는 박상철의 명으로 여러 차례 독약을 제조했다는 내용과 함께, 이현성을 독살하기 위해 특별히 제조된 독약의 성분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지요.
"이것이 결정적인 증거다!"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이현성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고, 마지막으로 정학수를 찾아갔습니다. 꿈속에서 그에게 이태호의 집에 증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 했지요. 그러나 닭이 울기 시작했고, 이현성은 저승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다섯 번째 재판에서 이현성은 발견한 모든 증거를 염라대왕에게 보고했습니다. 염라대왕은 깊은 생각에 잠겼고, 판관들은 서로 의논했습니다.
"네가 찾은 증거들이 점점 확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 가지 의문이 남아있다. 왜 박상철이 그토록 너를 없애려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여섯 번째 재판을 위해, 이현성은 다시 한 번 인간 세상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번에는 궁궐로 향했지요. 위험한 시도였지만, 진실을 완전히 밝히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궁궐의 깊은 밤, 임금의 침소 근처에서 박상철과 비밀리에 만나는 한 대신이 있었습니다. 그는 우의정 강몽률이었지요. 두 사람은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상철아,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네. 이제 한성부까지 나서고 있다고?"
"네, 우의정님.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증거는 모두 없앴습니다. 이현성이 쓴 상소문도 찾아냈고요."
"그 상소문만 없앴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니야. 그자가 임금께 올린 상소 내용은 이미 조정에 알려졌어. 우리의 계획이 탄로날 수도 있다."
이현성은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계획'이라니, 도대체 무슨 계획일까요?
"우의정님, 걱정 마십시오. 우리가 북방 변경의 군량미를 빼돌린 일은 아무도 모릅니다. 이현성도 정확한 증거를 잡지 못했을 겁니다. 다만 의심만 했을 뿐..."
강몽률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그래도 위험해. 만약 임금께서 직접 조사를 명하시면, 우리 모두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이현성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자신이 의심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비리가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북방 변경의 군량미를 빼돌리는 일은 단순한 비리를 넘어, 국가의 안위를 위협하는 반역과도 같은 행위였지요.
더 이상의 대화를 들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현성은 정학수의 꿈에 다시 나타나, 이번에는 강몽률과 박상철의 대화 내용을 상세히 전했습니다. 또한 이태호의 집에 있는 독약 제조 기록에 대해서도 알려주었지요.
"학수야, 이것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큰 음모다. 제발 진실을 밝혀다오."
꿈에서 깬 정학수는 즉시 행동에 옮겼습니다. 그는 한성부 관리들과 함께 이태호의 집을 급습했고, 그곳에서 독약 제조 기록을 발견했습니다. 이태호는 결국 모든 사실을 실토했고, 박상철과 강몽률의 음모도 드러났지요.
여섯 번째 재판에서 이현성은 이 모든 사실을 염라대왕에게 보고했습니다. 염라대왕은 깊은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구나. 너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원한이 아니라,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큰 음모를 막으려다 희생된 것이었군."
이현성의 눈에 결의가 빛났습니다. "네, 대왕님. 이제 마지막 일곱 번째 재판만이 남았습니다. 저는 박상철과 강몽률이 응당한 벌을 받길 바랍니다."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인간 세상의 정의는 인간들이 스스로 실현해야 한다. 너의 일곱 번째 재판에서 그 결과를 지켜보자."
이제 마지막 재판만이 남았습니다. 과연 인간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리고 염라대왕의 최종 판결은 무엇일까요?
※ 일곱 번째 재판과 충격적 반전
일곱 번째 재판이 열리기 전, 인간 세상에서는 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정학수가 이태호로부터 얻은 증거를 바탕으로, 좌의정 박상철과 우의정 강몽률이 체포되었습니다. 그들이 북방 변경의 군량미를 빼돌린 사실이 밝혀졌고, 이현성을 독살한 죄목까지 더해져 조정은 발칵 뒤집혔지요.
임금은 친히 국문을 주관했고, 두 대신은 결국 자신들의 죄를 실토했습니다. 그들은 고문 없이도 모든 것을 자백했는데, 마치 누군가가 그들의 등 뒤에서 자백을 강요하는 듯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물론 그것은 이현성의 영혼이었지요.
"과인이 어찌 이런 역적들을 곁에 두고 있었단 말인가!"
임금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했습니다. 그는 즉시 두 대신의 사형을 명했고, 그들의 가족은 먼 변방으로 유배되었습니다. 이현성의 죽음은 억울함이 풀렸고, 그의 이름은 충신으로 기록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일곱 번째 재판의 날이 찾아왔습니다. 이현성은 당당한 모습으로 염라대왕 앞에 섰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과 함께, 알 수 없는 슬픔이 어려 있었지요.
"이현성, 네가 일곱 번의 재판을 통해 네 죽음의 진실을 밝혀냈다. 이제 네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냐?"
염라대왕의 물음에 이현성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입을 열었습니다.
"대왕님, 제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제 영혼이 편안히 쉴 수 있게 해주십시오."
염라대왕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것이 전부냐? 네가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 살 수 있는 기회를 원하지 않느냐?"
이현성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닙니다, 대왕님. 제 삶은 이미 끝났습니다. 비록 짧았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법정의 문이 열리고 한 여인이 들어왔습니다. 염라대왕의 특별한 허락으로 저승에 온 영혼이었지요. 이현성은 그 여인을 보자마자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윤이... 어찌 여기에..."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이현성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이현성의 약혼녀였던 윤이였습니다. 이현성이 죽은 후, 그녀는 너무나 슬퍼한 나머지 병을 얻어 쓰러졌고, 결국 이현성을 따라 세상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현성 오빠, 당신을 찾아왔어요. 이제 우리 함께 가요."
이현성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는 윤이의 손을 잡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염라대왕은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인과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심상치 않은 것을 발견한 듯,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이현성, 내가 네게 물을 것이 있다. 너는 정말로 박상철과 강몽률이 너를 죽였다고 생각하느냐?"
이현성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네, 대왕님. 그들이 저를 독살했습니다."
염라대왕은 인과경을 이현성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다시 한번 보아라. 네 차에 독을 탄 사람이 누구인지."
인과경에 비친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현성의 차에 독을 타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윤이였습니다. 이현성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윤이를 바라보았고, 윤이는 고개를 숙인 채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윤이... 어찌... 왜..."
윤이는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박상철의 조카딸입니다. 삼촌은 당신이 쓴 상소문이 가문을 망칠 것이라 두려워했어요. 저에게 당신을 설득하라 했지만... 당신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어요."
이현성은 충격 속에서도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윤이가 여러 번 그에게 상소문을 거두라고 했던 일, 그가 거절했을 때 보였던 그녀의 슬픈 표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가 직접 타 준 차...
"그래서 당신은... 나를..."
윤이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하지만 당신을 독살한 후, 저는 너무나 후회했어요. 살 수가 없었어요. 결국 저도 같은 독을 마시고 당신을 따라왔습니다."
법정이 침묵에 잠겼습니다. 이현성은 말을 잇지 못했고, 판관들도 숨을 죽였습니다. 염라대왕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지요.
"이현성, 네가 밝혀낸 진실은 반쪽짜리였다. 박상철과 강몽률은 분명 큰 죄를 지었으나, 너를 직접 죽인 것은 윤이였다. 이제 네 선택이 중요하다. 윤이를 용서할 것인가, 아니면 그녀에게 벌을 내릴 것인가?"
이현성은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배신감과 분노,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사랑이 뒤엉켜 있었지요.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습니다.
"대왕님, 저는 윤이를 용서합니다. 그녀는 이미 스스로에게 가장 큰 벌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합니다."
윤이는 놀란 눈으로 이현성을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에서는 감사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염라대왕은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사랑과 용서, 그것이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로다. 이제 나의 판결을 내리겠다."
※ 염라대왕의 최종 판결과 이현성의 운명
염라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법정을 둘러보았습니다. 모든 판관들이 숨을 죽이고 그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이현성과 윤이는 나란히 서서, 손을 맞잡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이현성, 너는 일곱 번의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혀냈다. 비록 그 진실이 네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으나, 네가 밝혀낸 박상철과 강몽률의 죄악은 분명 크다. 그들이 받은 벌은 정당하다."
염라대왕은 잠시 숨을 고른 후 계속 말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윤이, 너는 이현성을 죽인 죄가 있으나, 이미 스스로에게 큰 벌을 내렸고, 이현성도 너를 용서했다. 내가 너희에게 내릴 판결은 이러하다."
염라대왕은 생사책을 펼쳤습니다. 그 책에는 모든 영혼의 과거와 미래가 적혀 있었지요.
"너희 둘은 서로 깊이 사랑했으나, 세상의 욕심과 음모로 인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이에 나는 너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 너희는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 새 생명으로 태어날 것이다."
이현성과 윤이의 눈이 희망으로 빛났습니다.
"하지만," 염라대왕이 계속했습니다. "이것은 시험이기도 하다. 너희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며, 다시 만났을 때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서로를 해치지 않고 끝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들의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지요.
"그렇다면,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라. 너희의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다."
염라대왕의 판결이 내려지자, 법정에 있던 모든 이들이 경의를 표했습니다. 이현성과 윤이는 서로의 손을 더욱 꼭 잡았고, 그들의 몸은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대왕님. 이번에는 꼭..." 이현성의 마지막 말이 공중에 흩어졌습니다.
두 사람이 사라진 후, 염라대왕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판관에게 물었습니다.
"그들이 다시 만난다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
판관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왕님. 저는 그들이 반드시 서로를 찾아낼 것이라 믿습니다."
염라대왕도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다면 지켜보자."
그로부터 십 년이 흘렀습니다. 조선의 한 시골 마을, 봄날의 들판에서 두 아이가 놀고 있었습니다. 열 살 남짓한 소년과 소녀였지요. 그들은 우연히 같은 나비를 쫓다가 서로 부딪혔습니다.
"미안해." 소년이 말했습니다.
"괜찮아." 소녀가 대답했습니다.
두 아이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고, 어딘가 낯익은 느낌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찾은 듯한 기분이었지요.
"난 이현우라고 해. 너는?"
"난 윤서라고 해."
두 아이는 서로 웃으며 손을 맞잡았습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벚꽃 잎들을 두 아이 주위로 날렸습니다. 마치 축복을 내리는 듯한 그 광경을 멀리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검은 갓을 쓴 사내였지요.
저승사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찾았군. 염라대왕님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려야겠어."
그리고 사내는 바람처럼 사라졌습니다. 두 아이는 그날 이후로 늘 함께였고,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지금까지 '일곱 번의 재판, 염라대왕의 마지막 판결'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선비 이현성이 일곱 번의 재판을 통해 진실을 밝혀가는 여정,
그리고 마지막에 드러난 충격적인 반전과 염라대왕의 지혜로운 판결까지, 어떠셨나요?
우리 조상들은 저승이라는 세계를 통해 현세의 불의와 부조리에 대한 정의로운 심판을 상상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한 정의와 사랑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조선시대의 전설을 들려드리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여러분의 생각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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