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저승사자를 변화시킨 할머니

by K sunny 2025. 1. 8.
반응형

태그

#전설 #호박죽 #저승사자 #한국민담 #라디오드라마 #전통이야기 #신비로운대화 #죽음과삶 #할머니와사자 #호박죽의전설


디스크립션

평범한 마을의 한 할머니가 끓이는 호박죽은 저승사자도 매혹시킬 만큼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의 집을 방문한 저승사자는 호박죽을 두고 예상치 못한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삶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따뜻함이 어우러진 이 이야기는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전설적인 호박죽과 저승사자의 대화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들어보세요.

마을의 따뜻한 할머니

한적한 산골 마을에 홀로 사는 할머니는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 그녀가 끓이는 호박죽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탐내는 맛이었고, 그녀의 온화한 미소는 누구나 의지할 수 있는 쉼터와도 같았다. 그러나 할머니의 수명이 다해가며, 어느 날 밤, 낯선 손님이 그녀를 찾아온다.

저승사자의 등장

밤하늘에 달이 어슴푸레 떠오르고, 마을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집집마다 불이 꺼져 고요가 감도는 가운데, 작은 초가집의 부엌에서만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초가집 안에서는 호박죽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이 퍼지고 있었다.

할머니는 언제나처럼 무릎담요를 무릎 위에 덮고, 나무주걱으로 호박죽을 천천히 저었다. 그녀의 손길은 익숙하고도 부드러웠다.
“오늘도 죽 하나 끓여놔야지. 이웃집 손주 녀석도 좋아하니까.”
할머니는 중얼거리며 호박죽 냄비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오늘 밤은 평소와 달랐다. 밖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낯선 발소리가 들렸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할머니는 놀라지도 않고 말했다.
“누구신가? 늦은 시간인데, 어여 들어오시오.”
문이 삐걱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섰다. 검은 도포 자락이 바람처럼 나부꼈고, 그의 얼굴은 창백하지만 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나가던 길에 냄새가 참 좋아 들렀소.”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았다.
“이 늦은 밤에 손님이라니, 반갑구려. 배고프면 여기 앉아 죽이라도 한 그릇 들게.”
저승사자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 앉았다. 그는 원래 여기서 멈출 생각이 아니었다. 그의 임무는 이 할머니의 수명을 거두는 것이었으나, 이상하게도 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발걸음이 멈췄다. 무엇보다도 냄비에서 풍기는 호박죽 냄새가 그의 마음을 붙잡았다.

할머니는 사발에 호박죽을 담아 그의 앞에 내밀었다.
“내 손맛이야 평범하긴 하지만, 한번 맛보시오.”
저승사자는 호박죽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맛이 그의 입안에 퍼졌다. 이상하게도, 그는 오랜 세월 저승사자로 살아오며 느끼지 못했던 감각이 깨어나는 듯했다.

“참 묘한 맛이군.” 저승사자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묘하다니, 무슨 뜻인가?”
“이 죽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뭔가 더 담겨 있는 것 같소. 따뜻함이라고 해야 하나.”
할머니는 손을 휘휘 저으며 웃었다.
“죽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니겠소. 정성을 담아 끓이면 그게 사람 마음을 데워주는 법이지.”

저승사자는 잠시 멈춰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숟가락이 들려 있었다. 떠나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이 호박죽의 온기가 그의 차가운 마음을 묘하게 흔들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 할머니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군. 내 임무를 잊게 만들다니.’

그날 밤, 저승사자는 결국 할머니의 영혼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호박죽을 다 비운 후, 조용히 일어나 말했다.
“오늘은 이만 가보겠소. 내일 다시 오겠소.”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까지 배웅했다.
“그래, 내일 또 오시오. 죽이 준비되어 있을 테니.”
그렇게 첫 방문은 끝이 났지만, 그것은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호박죽에 담긴 이야기

저승사자는 그날 이후 매일 밤 할머니를 찾아왔다. 이유는 명확했다. 호박죽의 따뜻한 맛과 할머니의 담담한 미소가 그를 끌어당겼다. 저승사자로 살아온 긴 시간 동안 느껴본 적 없는 편안함과 위안을 이 작은 집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날도 저승사자는 어김없이 할머니의 집을 찾아왔다.

“오셨구려. 오늘도 죽을 끓여놨지. 어여 들어오시오.”
할머니는 따뜻한 목소리로 그를 맞으며 부엌에서 막 담아낸 호박죽을 식탁 위에 올렸다. 저승사자는 자리에 앉으며 조용히 숟가락을 들었다.

“이 호박죽은 항상 똑같은데도 먹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게 다 내 정성이지요. 먹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법이오.”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저승사자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아왔소. 그들의 마지막 순간에 느껴지는 두려움, 아쉬움, 때로는 억울함까지. 그런데 당신은 참 다르구려. 두려움이 없소.”
할머니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삶이란 본래 유한한 것 아니겠소. 처음부터 끝이 있는 줄 알면서도 우리는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지. 그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 않소?”

저승사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임무는 사람들을 데리고 가는 일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감정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할머니와의 대화는 그에게 새로운 시선을 열어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최선을 다해 사는 이유는 무엇이오? 결국은 모두 끝나지 않소?”

할머니는 미소를 띤 채 그의 질문을 받았다.
“끝이 있으니까 더 소중한 거지요. 무한한 시간 속에서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을 거요. 내가 이 호박죽을 끓이는 것도 같은 이치요. 언젠가는 내가 죽어 이 손길도 멈출 테지만, 그 전까지는 이 한 그릇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겠소?”

저승사자는 그녀의 말에 한동안 답하지 못했다. 그의 손에는 다시 호박죽이 담긴 숟가락이 들렸고, 그는 천천히 그것을 입에 넣었다. 그 따뜻함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울렸다.

“할머니, 그렇다면 당신에게 삶이란 무엇이오?”
“삶이란...” 할머니는 잠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삶은 내가 사랑하는 것들로 채우는 시간이요. 호박죽도 그렇고,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도 그렇고, 작은 꽃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순간도 그렇지. 그런 순간들이 하나둘 쌓여 내가 여기에 있다는 증거가 되지 않겠소?”

저승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는 항상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을 보아왔소. 그들이 삶을 정리하며 아쉬워하는 모습들. 당신처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드물었소.”
“아쉬움이 남는 건 욕심 때문이지요. 다 가지려고 하면 끝없는 갈증만 남는 법이오. 나는 내가 가진 것들, 내 손이 닿는 것들로 만족하며 살아왔지. 그러니 후회도 없고, 두려움도 없소.”

저승사자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을 처음 봅니다. 당신은 삶과 죽음을 모두 초월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초월한 것이 아니라, 받아들인 것 뿐이지요.” 할머니는 부드럽게 말했다. “삶과 죽음은 다르지 않소. 한 쪽은 낮이고, 다른 한 쪽은 밤 같은 거요. 밤이 두렵다고 낮을 피할 수 없듯, 죽음을 두려워한다고 삶을 피할 이유는 없지 않겠소?”

그녀의 말은 저승사자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졌다. 그는 수많은 영혼을 데려갔지만, 그들 누구도 삶과 죽음을 이렇게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할머니와의 대화는 그의 오래된 신념을 흔들고 있었다.

그날 밤, 저승사자는 더 오래 머물렀다. 할머니와의 대화는 끝날 줄 몰랐다. 창밖의 달빛은 밝았고, 할머니의 집 안은 따뜻했다. 저승사자는 처음으로 자신의 임무를 잊은 듯한 평온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할머니는 단지 호박죽을 끓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저승사자에게조차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존재였다.

저승사자의 시험

저승사자는 그날도 어김없이 할머니의 집을 찾아왔다. 오늘 밤은 유난히 고요했다. 마을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별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저승사자는 문을 열고 익숙한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는 이미 호박죽을 준비해 두고 있었다.

“오늘은 좀 더 걸쭉하게 끓여봤지. 어여 한 그릇 들게.”
그는 조용히 숟가락을 들고 호박죽을 입에 넣었다. 여전히 따뜻하고, 여전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오늘 밤 그의 마음은 평소와 달랐다.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할머니, 사실은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소.”
할머니는 미소를 띤 채 그를 바라보았다.
“그려, 무슨 이야기든 해 보시오. 듣고 있겠소.”
저승사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사실 나는 저승사자요. 당신의 수명이 다해 당신을 데리러 온 사람이오.”

그 말에 보통 사람이라면 놀라거나 두려워할 법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여느 때처럼 잔잔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그러면 참 고맙소. 마지막 순간에 당신 같은 분이 함께 해주니.”
저승사자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두렵지 않으시오? 내가 당신을 데리러 왔다는데.”
“두렵긴커녕, 이제야 말해줘서 고맙소. 언젠가 올 줄 알았지만 이렇게 맛난 죽을 먹고 가는 손님인 줄은 몰랐지.”

할머니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하면 사는 동안 평화가 없지 않겠소. 나는 내게 주어진 날들을 충분히 살았소. 내 가족들, 내 이웃들, 그리고 이렇게 당신 같은 손님도 만나고.”
저승사자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할머니의 태도는 그가 만난 수많은 영혼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렇다면, 내가 다시는 오지 말아야겠소.” 저승사자는 낮게 읊조렸다.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그렇게 마음 약하게 굴 필요 없소. 당신도 당신의 일을 해야지. 다만, 이렇게 종종 와서 호박죽이라도 먹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

그 말에 저승사자는 잠시 말을 잃었다. 그는 그녀의 호박죽을 다시 한 숟가락 떠먹으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할머니, 나는 당신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오. 삶을 이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처음이오.”
“삶이란 기적 같은 거지. 그 기적이 끝나도 다른 기적이 시작될 뿐이라 생각하오. 당신은 그 다리를 건네주는 사람이잖소.”

저승사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숟가락을 내려놓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머니, 오늘 밤은 여기까지 하겠소. 하지만 내일도 다시 오겠소. 당신의 호박죽과 이야기가 나를 달래주니.”
“그리하시오. 죽은 언제든 준비돼 있을 테니.”

그날 밤, 저승사자는 떠나면서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울림을 느꼈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데려가야 할 영혼과 친구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할머니와의 동행

할머니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저승사자는 그날 밤도 어김없이 찾아왔고, 할머니는 평소와 다름없이 호박죽을 끓이며 그를 맞았다.
“오늘도 맛있게 준비했으니 어여 앉아 죽 한 그릇 들게.”
하지만 저승사자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할머니, 오늘은 마지막 날이오. 당신과 함께 가야 할 시간이 왔소.”

할머니는 잠시 냄비를 저으며 아무런 동요 없이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조금만 기다리시오. 죽 한 그릇만 더 끓여놔야지. 떠나는 길이니 배는 든든히 채우고 가야 하지 않겠소?”
저승사자는 할머니의 평온한 태도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작은 사발에 호박죽을 담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당신 몫이오. 이 길도 당신에겐 쉽지 않을 테니, 따뜻하게 몸부터 데우시오.”

저승사자는 호박죽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조용히 말했다.
“할머니, 당신처럼 죽음을 이렇게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처음이오. 어떻게 이토록 담담할 수 있소?”
“내가 살아온 인생이 이미 충분히 복된 시간이었기 때문이지요.” 할머니는 천천히 답했다. “내 손으로 밭을 일구고, 내 손으로 음식을 만들고, 내 손으로 사람들을 보살피며 살았으니 후회는 없소. 게다가 이렇게 좋은 손님을 매일 맞이할 수 있었으니 내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풍족했지요.”

저승사자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껏 수많은 영혼을 데려갔지만, 그들 대부분은 두려움과 아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오히려 그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럼 준비됐소?” 저승사자가 물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밤하늘은 별빛으로 가득했고,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볼을 스쳤다. 그녀는 그의 옆에 서서 말했다.
“길이 어둡지 않겠소? 내 손이라도 잡아주면 좋겠소.”
저승사자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그녀의 따뜻한 손길이 그의 마음을 적셨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 손을 맞잡은 듯한 느낌이었다.

둘은 천천히 길을 걸어갔다. 할머니는 길을 걸으며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뿐이오. 그러니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아요. 당신도 그저 자신의 일을 하는 것뿐이지 않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고통을 준다고 생각했소.” 저승사자는 조용히 말했다.
“아니지요. 당신이 없다면 사람들은 영원히 이곳에 갇히게 될 거요. 당신은 그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존재요. 그걸 잊지 말아요.”

그녀의 말은 저승사자의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드디어 길 끝에 다다랐을 때, 할머니는 조용히 멈춰 섰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소. 이제 나는 이곳을 떠나겠지만, 당신은 계속해서 이 길을 걸으며 사람들에게 당신만의 따뜻함을 전하길 바라오.”

저승사자는 그녀를 떠나보내며 마지막으로 조용히 말했다.
“할머니, 당신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소. 고맙소.”
그녀는 미소를 띤 채 천천히 빛 속으로 사라졌다.

그날 밤 이후, 저승사자는 이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히 영혼을 데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위안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할머니와의 동행은 그의 삶을 바꾸어 놓은 특별한 여정이었다.

변화된 저승사자

할머니와의 마지막 동행 이후, 저승사자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더 이상 차갑지 않았고, 그의 시선에는 이제 따뜻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할머니와 함께 걸었던 길을 떠올리며 자신이 맡은 임무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 그는 또 다른 영혼을 데리러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한 젊은이가 그의 앞에 있었다. 그 젊은이는 저승사자를 보자마자 두려움에 떨며 물었다.
“정말 이제 끝인가요?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젊은이의 불안한 눈빛을 보며 저승사자는 천천히 다가가 무릎을 굽혔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뿐이오. 당신의 삶이 남긴 흔적은 사라지지 않을 거요.”

그는 할머니에게 배운 대로, 조용히 젊은이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당신의 여정에 감사하며 떠날 준비를 하시오. 나는 그저 당신을 다음 여정으로 안내할 뿐이오.”
저승사자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의 말은 마치 오래된 친구가 건네는 위로 같았다. 젊은이는 긴장을 풀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제 단순히 영혼을 데려가는 존재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마지막 순간에 위로와 평온을 전하는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저승사자와 함께 걸으며 두려움 대신 삶의 따뜻함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문득 할머니의 집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풍기던 호박죽의 냄새, 담담한 미소를 띠며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녀의 목소리가 마음속 깊이 남아 있었다.
“할머니, 당신이 나를 바꿨소.”

저승사자는 깊은 밤하늘 아래 고요히 섰다. 별빛이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고, 그는 눈을 감았다. 이제 그의 발걸음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평화를 전하는 길이었다. 그 길 위에서, 그는 할머니와의 기억을 간직하며 자신의 여정을 이어갔다.

그의 마음에는 여전히 할머니의 마지막 말이 남아 있었다.
“삶과 죽음은 이어져 있는 법이니, 당신의 따뜻함으로 그 길을 밝혀주시오.”
그 말대로 그는 자신만의 빛으로 그 길을 걷고 있었다.


반응형